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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기억을 왜곡하는 사람의 뇌 작용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서론 사람의 뇌 작용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

사람의 뇌는 완벽한 기록 장치가 아닙니다. 우리는 종종 과거를 있는 그대로 기억한다고 믿지만, 실상 뇌는 경험을 저장하고 회상하는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왜곡을 만들어냅니다. 친구와의 추억을 다르게 기억하거나, 중요한 사건을 특정 방향으로 각색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익숙할 것입니다.  심지어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던 일조차 기억해 내는 현상까지 발생하곤 합니다.

기억은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주관적 해석의 산물이며, 감정, 기대, 믿음, 사회적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만들어집니다.  사람의  기억 왜곡 현상은 단순한 실수가 아닌, 뇌의 필연적인 기능적 특징에서 만들어집니다. 
이번 글에서는 기억을 왜곡하는 인간의 뇌 작용에 대해 심리학적·신경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어떤 현상을  통해서 기억이 조작되는지, 그리고 왜곡된 기억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기억이란 무엇일까요?

기억은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고, 이것을 저장한 뒤, 다시 떠올리는 세 가지 단계로 구성됩니다. 이 세 단계를 각각 부호화, 저장, 인출이라고 합니다.

- 부호화: 감각 정보가 뇌에서 처리 가능한 형태로 변환되는 과정

- 저장: 변환된 정보가 단기 기억 또는 장기 기억으로 보관되는 과정

- 인출: 저장된 정보를 다시 의식적으로 떠올리는 과정

기억은  세 단계 중 어느 하나만 삐끗해도 쉽게 왜곡될 수 있으며, 특히 인출과정에서 외부 자극이나 주관적 감정에 의해 쉽게 재구성됩니다. 결국 우리가 기억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거의 데이터를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2. 기억 왜곡의 대표적인 유형들

기억 왜곡은 단순한 착오에서부터,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사건을 사실처럼 떠올리는 거짓 기억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다음은 대표적인 기억 왜곡 현상들입니다.

1) 후광 효과

어떤 대상의 한 가지 특징이 전체 인상을 좌우하는 현상입니다.  어떤 사람이 외모가 단정하면, 그 사람의 성격이나 능력도 긍정적으로 기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은 뇌가 판단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정보를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왜곡입니다.

2) 선입견과 기대

사람은 기존의 믿음이나 기대에 맞춰 기억을 선택적으로 저장하고 회상합니다. 이것을  확증 편향이라고 하며, 이미 가지고 있던 생각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기억이 왜곡되는 현상입니다.

3) 오정보 효과

사건 이후 제공된 부정확한 정보가 실제 기억을 변경시키는 현상입니다. 이 효과는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연구에서 잘 드러납니다. 그녀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교통사고 영상을 보여준 뒤, 질문의 단어 선택만 바꾸어도 기억이 달라지는 현상을 입증했습니다.

예시 차가 충돌했다 vs  박살났다 → ‘박살났다’‘박살 났다’는 표현을 들은 집단은 실제보다 더 심각한 사고로 기억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4) 시간 경과에 따른 왜곡

시간이 흐를수록 기억의 세부 정보는 사라지고, 핵심적 내용만 남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누락된 정보는 개인의 가치관이나 상상력으로 보충되어, 실제와는 다른 형태로 재구성될 수 있습니다.

5) 출처 기억 오류

정보의 내용은 기억하되, 그 출처를 잘못 기억하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인데 친구가 말한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이것에 해당합니다.

3. 뇌는 왜 기억을 왜곡할까요?

기억 왜곡은 오류가 아니라, 뇌의 적응적 기능입니다. 다음과 같은 이유로 뇌는 기억을 의도적으로 편집합니다.

1) 정보 처리의 효율성 추구

인간의 뇌는 수많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세부사항을 저장하지 않습니다. 필요 없는 정보를 삭제하거나 단순화함으로써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실이 축소되거나 간소화되어 왜곡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2) 정서적 안정 유지

감정적으로 고통스러운 사건은 완전히 기억하지 않거나, 일부만 기억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뇌가 심리적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작동하는 방어기제입니다. 예를 들어, 사고 당시의 공포는 희미해지고, 당시 누군가의 도움만 또렷이 기억나는 현상이 이에 해당됩니다.

3) 자아 정체성의 유지

뇌는 나는 좋은 사람이다라는 자아 개념을 지키기 위해 기억을 재구성합니다. 그래서 과거의 실수는 완화되거나, 성공은 과장되어 기억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은  자기애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4. 거짓 기억 (존재하지 않는 기억을 믿게 되는 이유)

가장 극단적인 기억 왜곡의 예는 바로 거짓 기억입니다. 이것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던 사건을 마치 겪은 것처럼 기억하는 현상입니다. 로프터스 교수는 심리 실험을 통해 실존하지 않는 유년기 사건(: 놀이공원에서 길을 잃었다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암시하면, 다수의 피험자가 그 사건을 기억하게 된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강한 암시, 반복된 상상, 신뢰하는 사람의 말, 기존의 유사한 경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 나타납니다. 거짓 기억은 법정 증언, 성폭력 피해 회상, 심리치료 과정 등에서도 실제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그 위험성이 큽니다.

5. 기억 왜곡이 삶에 미치는 영향

기억의 왜곡은 단순히 틀린 기억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선택과 감정, 인간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대인관계의 오해: 과거의 말을 다르게 기억하거나, 감정적으로 부풀려 기억하면 사람 사이의 갈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자기 개념 형성: 기억이 긍정적으로 왜곡되면 자신감이 상승할 수 있으나, 부정적으로 왜곡될 경우 자책감이나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법적 문제: 증인의 잘못된 기억이 판결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형사 재판에서는 기억의 신뢰성이 매우 중요한 이슈입니다.

6. 기억의 정확도를 높이는 방법

기억이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 위에 다음과 같은 방법들이 기억 왜곡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기록 습관

일기나 메모를 통해 경험을 즉시 기록하면, 시간이 지난 뒤에도 왜곡 없이 회상할 수 있습니다.

비판적 사고

정보를 수용할 때, 감정적 반응보다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은 왜곡된 정보를 거르는데 도움이 됩니다.

감정 조절 훈련

정서적 상태가 기억을 왜곡시키는 주요 원인이므로, 감정 조절 능력을 향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명상, 심호흡, 자기 성찰 등이 효과적입니다.

회상의 다양화

한 가지 시점에서만 과거를 떠올리기보다, 다양한 관점과 관련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기억을 보완하는 방식도 기억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결론: 사람

자신의 기억은 항상 진실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기억은 고정된 진실이 아니라, 현재의 자아가 만들어낸 재해석입니다. 인간의 뇌는 기억을 필요에 따라 편집하고, 삭제하며, 재구성합니다. 이러한 특성은 때로는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들지만, 동시에 적응과 생존에 필요한 유연성을 제공합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기억하는 것이 항상 진실일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인식은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데 있어 더 깊은 성찰과 포용을 가능하게 합니다.